식각 공정이란 무엇인가?
반도체의 미세한 회로를 원하는 모양으로 깎아내는 기술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복잡한 회로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여러 종류의 막을 쌓고, 원하는 부분을 남기거나 제거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하나의 반도체가 완성됩니다.
그중에서도 식각(Etching) 공정은 필요 없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회로의 실제 구조를 만들어내는 공정입니다.
쉽게 말하면 식각은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초정밀 조각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조각 작업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이 칼이나 드릴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화학약품이나 플라즈마를 이용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영역을 선택적으로 깎아냅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깎아내야 할까요?
반도체는 왜 깎아내야 할까?
반도체 제조에서는 웨이퍼 위에 하나의 재료만 올려놓고 회로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산화막, 질화막, 금속막, 절연막 등 여러 종류의 박막을 차례대로 쌓습니다.
그런데 막을 전체적으로 쌓아놓기만 해서는 회로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웨이퍼 위에 막을 한 층 올렸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전체를 그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은 남기고 필요 없는 부분만 제거해야 합니다.
바로 이때 식각이 필요합니다.
식각 공정을 간단하게 보면
| 단계 | 무엇을 하는가? | 쉽게 표현하면 |
|---|---|---|
| 박막 형성 | 웨이퍼 위에 재료를 쌓음 | 재료를 한 겹 덮는다 |
| 포토리소그래피 | 제거할 부분의 위치를 결정 | 깎을 곳을 표시한다 |
| 식각 | 표시된 영역의 막을 제거 | 실제로 깎아낸다 |
| 세정 | 남은 부산물 등을 제거 | 깨끗하게 정리한다 |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노광은 식각이 아닙니다.
앞선 노광 공정에서 빛을 이용해 어떤 부분을 남기고 어떤 부분을 제거할지 패턴을 만들고, 식각 공정에서는 그 패턴을 일종의 가이드로 이용해 아래쪽 막을 실제로 제거합니다.
즉,
노광이 ‘어디를 깎을지 표시하는 과정’이라면 식각은 ‘실제로 깎아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식각은 어떻게 원하는 부분만 깎을까?
식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이 깎는 것이 아닙니다.
원하는 물질을,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깊이만큼 제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구조가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식각 전
████████████████████ ← 식각 대상 막
──────────────────── ← 다른 층
──────────────────── ← 웨이퍼
위쪽 막에 일부 영역만 제거하면 다음과 같은 구조가 됩니다.
식각 후
████████ ████████
████████ ████████
────────────┴─────────
──────────────────────
문제는 너무 많이 깎으면 아래층까지 손상될 수 있고, 반대로 충분히 제거하지 못하면 불필요한 막이 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식각 장비에서는 가스 종류, 압력, 전력, 온도, 처리 시간 등 여러 조건을 정밀하게 조절합니다.
식각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식각은 크게 습식 식각(Wet Etching)과 건식 식각(Dry Etching)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식각에 사용하는 환경입니다.
| 구분 | 습식 식각 | 건식 식각 |
| 주요 매체 | 액체 화학약품 | 기체·플라즈마 |
| 기본 원리 | 화학반응으로 재료 제거 | 플라즈마를 이용해 재료 제거 |
| 장점 |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고 처리량이 높음 | 미세하고 방향성 있는 식각에 유리 |
| 단점 | 옆 방향으로도 깎일 수 있음 | 장비와 공정 제어가 복잡함 |
| 활용 | 비교적 넓은 영역이나 특정 재료 제거 | 미세 반도체 구조 형성 |
어느 하나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어떤 재료를 얼마나 정밀하게 제거해야 하는지에 따라 적합한 식각 방법이 달라집니다.
물속에 담그듯 깎는 습식 식각
습식 식각은 말 그대로 액체 상태의 화학약품을 이용해 재료를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웨이퍼를 특정 화학용액에 노출시키면 용액과 재료 사이에 화학반응이 일어나면서 원하는 물질이 제거됩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공정을 구성할 수 있고 많은 양을 처리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화학반응이 특정 방향으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옆 방향으로도 재료가 제거될 수 있습니다.
이를 쉽게 그림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마스크
████████ ████████
████████ ████████
↘ ↙
↘ ↙
─────
원래는 위쪽에서 아래쪽으로만 깔끔하게 제거하고 싶지만 옆쪽까지 깎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아주 작은 선폭과 깊은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최신 반도체 공정에서는 건식 식각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플라즈마를 이용하는 건식 식각
건식 식각은 액체 대신 반응성 가스와 플라즈마를 이용합니다.
장비 내부에 특정 가스를 넣고 전기 에너지를 가하면 가스가 플라즈마 상태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반응성 입자가 만들어지고, 이들이 웨이퍼 표면의 재료와 반응하면서 필요한 부분을 제거합니다.
여기에 전기장 등을 이용해 입자의 움직임을 제어하면 특정 방향으로 식각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건식 식각은 좁고 깊은 구조를 만들거나 미세한 패턴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데 유리합니다.
특히 반도체 회로가 점점 미세해질수록 식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집니다.
왜 ‘수직으로 깎는 것’이 중요할까?
반도체 회로에서는 단순히 구멍을 하나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설계한 모양 그대로 정확한 단면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구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식각
████ ████
████ ████
████ ████
────┴────┴──
반면 옆으로 지나치게 깎이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측면 식각
████ ████
███ ███
██ ██
────┴──────┴──
이처럼 식각 과정에서 옆 방향으로 지나치게 깎이는 현상은 미세한 회로를 만드는 데 불리합니다.
따라서 식각 공정에서는 식각 속도뿐만 아니라 방향성, 균일도, 선택비, 식각 깊이 등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식각에서 자주 등장하는 ‘선택비’란?
식각 공정을 공부하다 보면 선택비(Selectivity)라는 단어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름만 보면 어렵지만 의미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깎아야 하는 물질은 잘 깎으면서, 보호해야 하는 물질은 얼마나 덜 깎느냐’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막은 빠르게 제거하면서 B라는 막은 거의 손상시키지 않는 식각 조건이 있다면 선택비가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 중요할까요?
식각 대상 아래에는 다른 막이나 웨이퍼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식각을 멈춰야 하는 시점을 지나서 계속 깎아버리면 아래층까지 손상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식각 공정은 단순히 ‘잘 깎는 공정’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정확하게 깎는 공정’입니다.
식각 공정은 반도체 어디에 사용될까?
식각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매우 다양한 단계에 사용됩니다.
트랜지스터를 만들 때 필요한 구조를 형성하거나, 배선과 연결 구조를 만들기 위해 특정 막을 제거하는 과정에서도 식각이 사용됩니다.
특히 반도체가 미세해질수록 한 번의 식각 결과가 전체 소자의 성능과 수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식각 장비에서는 단순히 웨이퍼 한 장의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웨이퍼 전체에서 얼마나 균일하게 식각되는지도 중요하게 관리합니다.
반도체 외에도 식각 기술이 사용될까?
식각은 반도체에만 존재하는 기술은 아닙니다.
원리를 조금 넓게 보면 다양한 제조 분야에서 비슷한 방식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들 때 구리층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회로 패턴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화학적인 식각 원리가 활용됩니다.
또한 MEMS와 같은 미세 구조물을 제작할 때 실리콘을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기 위해 식각 기술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디스플레이, 센서, 미세 전자기계 구조 등에서도 식각은 중요한 가공 기술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상적인 비유로 이해하는 식각
식각을 처음 접한다면 ‘정밀한 조각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쉽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조각가가 칼을 이용해 나무를 깎는 것과는 다릅니다.
반도체 식각에서는 사람이 직접 칼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대신 화학반응과 플라즈마를 이용해 아주 작은 영역을 선택적으로 제거합니다.
그리고 이 작업을 한 번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는 막을 쌓고, 패턴을 만들고, 식각하고, 다시 새로운 막을 쌓는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됩니다.
결국 수많은 미세한 식각 결과가 모여 하나의 복잡한 반도체 회로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식각 공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식각 공정을 어렵게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웨이퍼 위에 만들어진 패턴을 기준으로 필요 없는 물질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실제 반도체 구조를 만드는 공정”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다.
그리고 습식과 건식의 차이는 다음처럼 기억하면 쉽습니다.
습식 식각 = 액체 화학약품으로 제거
건식 식각 = 가스와 플라즈마를 이용해 제거
여기에 한 가지를 더 기억하면 좋습니다.
식각의 핵심은 많이 깎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깎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식각과 노광은 같은 공정인가요?
아닙니다.
노광은 빛을 이용해 포토레지스트에 패턴을 만드는 과정이고, 식각은 그 패턴을 이용해 아래쪽의 막을 실제로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하면 노광은 ‘깎을 곳을 표시하는 작업’, 식각은 ‘표시된 곳을 실제로 깎는 작업’입니다.
Q. 습식 식각보다 건식 식각이 무조건 좋은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정 목적과 재료에 따라 적합한 방법이 달라집니다.
넓은 영역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거나 특정 재료를 제거하는 경우 습식 식각이 유리할 수 있고, 미세하고 방향성이 중요한 구조에서는 건식 식각이 유리합니다.
Q. 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어떻게 되나요?
식각해야 할 막을 넘어 아래쪽 층까지 손상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충분히 식각하지 않으면 제거해야 할 물질이 남아 원하는 회로 구조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식각 깊이와 종료 시점의 정확한 제어가 매우 중요합니다.
Q. 반도체가 미세해질수록 식각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회로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아주 작은 식각 오차도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허용될 수 있었던 작은 오차가 미세공정에서는 회로의 모양이나 전기적 특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세공정에서는 얼마나 작게 만들 수 있는가뿐만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식각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마무리
반도체 제조공정을 하나의 건축 과정이라고 생각해 보면 식각의 역할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먼저 여러 재료를 층층이 쌓고, 원하는 위치를 표시한 다음,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하면서 실제 구조를 만들어 갑니다.
그 과정에서 식각은 쌓여 있는 막을 설계된 회로 모양으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반도체가 미세해질수록 식각에는 더 높은 정밀도가 요구됩니다.
수십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가는 작은 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작은 회로를 그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려진 패턴을 기준으로 필요한 부분만 정확하게 제거하고, 아래층은 보호하면서, 원하는 깊이와 형태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반도체 제조에서 식각 공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앞서 살펴본 노광 공정이 ‘회로의 모양을 정하는 과정’이었다면, 식각 공정은 그 모양을 실제 웨이퍼 구조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좋습니다.
다음 반도체 제조공정을 공부할 때도 이 연결 관계를 기억하면 전체 공정의 흐름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Finyage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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